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국에 대한 경계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 미 정계, 학계 등의 인사가 잇달아 기소되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뉴욕주(州) 공무원이었던 중국계 미국인인 린다 쑨이 중국 스파이 혐의로 사법당국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미국의 경계 대상에는 동맹국도 예외는 없다. 석 달 전인 7월에는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가 불법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테리는 국정원 간부 요청으로 전·현직 미 정부 관료와 만남을 주선하고 그 대가로 명품 핸드백, 연구활동비 등을 챙겼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밥 메넨데스 전 연방상원의원 역시 이집트 정부 대리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쑨, 테리, 메넨데스 이들 3명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이다. 이 법은 미국 거주자가 외국 정부, 기관, 기업의 정책과 이익을 위해 일할 때 이를 미 법무부에 신고하고 세부 활동을 보고토록 했다. 로비 자체는 허용하되 투명성을 높였다. 지난 1938년 제정돼 사실상 사문화 됐다가 지난 2016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스캔들' 이후 법이 강화됐다. 최근 미국 내 한국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테리 사건에 이어, 튀르키예에서 뒷돈을 받은 애덤스 시장과 한국과의 관계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르자 공공 외교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보편적 가치가 아닌,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엄중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 미국 내에서 어떤 활동도 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올해 미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결과가 국제 정세와 각국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전 세계가 대미 로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정부의 행보에 부쩍 민감해진 미국과 현지 뉴스에 한국이 종종 언급되는 것을 보면 우리 정부의 공공 외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공공 외교 강화는 필수다. 미국 의회에 한국계 연방하원의원 4명이 포진해 있고, 올해는 역대 첫 한국계 연방상원의원 탄생이 유력한 만큼 이들과의 연대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미국법 준수를 전제로 한다.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미국 내 유력 인사나 교민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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