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점은 이 같은 극단적 긴장 속에서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9월 말 배럴당 93달러 정도였던 중동산 두바이유는 올해 9월 말 73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최근 1년새 최저 가격이다. 미국 석유 가격의 근간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또한 같은 기간 91달러 수준에서 68달러 가량으로 떨어졌다. 중동 불안 고조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최근 50여년간의 '유가 공식'이 이번만큼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냉각과 이른바 '공동부유' 정책에 따른 성장 산업 옥죄기도 불황 우려를 부추긴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까지 넉 달째 경기 위축을 가리키고,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며 내수 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경기 침체 우려가 원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셰일오일 채굴 등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린 것도 국제유가 안정세에 기여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 1292만 배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321만 배럴, 내년 1344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석유 공급 증가량의 80% 가량을 차지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안을 미국이 폭발적인 원유 공급으로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
월가에서는 유가가 향후 70달러 내외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시티그룹은 내년 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놨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야 셰일오일 채굴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미국 입장에선 70달러 선에서 원유 가격을 유지하는 게 원유 수급과 자국 석유 산업 발전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 가량 유가 급등을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중동 정세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파워가 커진 만큼, 유가 흐름만 놓고 보면 민주당 후보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최소 대선 전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 유가 추이만 놓고 보면 해리스의 승리에 베팅하는 것이 맞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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