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공화당에서 정치 행위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 2022년 3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Fed가 금리 인상에 착수한 지 30개월 만이다. 공교롭게도 오는 11월 대선을 5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금리 인하도, 공화당의 반발도 모두 예상된 일이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고용이 냉각되면서, 이미 9월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확신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해선 안 될 일"이라며 여러 차례 Fed를 압박해 왔다.
트럼프의 생각처럼 Fed의 금리 인하가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이 2022년 최고 9.1%에서 8월 2.5%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미국인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미국 경제 호황에도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이유다. 이 가운데 Fed의 금리 인하는 통화당국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평가와, 이자율 상승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유권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
Fed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약 40년 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지난 3년 반 동안 누적된 고강도 긴축 여파에 미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Fed가 다시 정치 한복판에 소환됐을 뿐이다. 여기에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가 특유의 거친 언사로 Fed의 독립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그는 Fed의 금리 인하 결정 뒤 "대통령이 된 뒤 Fed 의장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지만 거짓말이란 사실이 금세 들통났다. 미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팩트 체크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 2021년 11월 백악관에서 파월을 만났고, 기후 변화가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물가안정, 완전고용 두 가지 책무를 수행하는 통화당국 수장에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뜬금없이 기후 정책 채택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파월은 2년 뒤인 2023년 "우리는 기후정책 입안자가 아니며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ed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이 독자적 결정이었는지, 정치적 고려였는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다. 중요한 건 Fed 정책결정의 근거는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이 아닌, 미 경제와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여야 한다는 점이다. 미 실업률은 상반기 3%대에서 하반기 4%대로 뛰었다. 이젠 물가 안정보다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정치적 고려가 끼어들 틈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월가에선 Fed가 7월에 진작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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