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은 김정은의 도박수에 가깝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18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해당 연병장 내 북 인원이 400여명 운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제공=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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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최초로 파병한 지상군은 이미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로 병력 약 1만 명을 파견했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점령한 곳으로 러시아의 서북부 접경지역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러시아가 외부세력에 의해 본토를 침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푸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줬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되찾아야 하는 곳인 만큼 격전이 불가피하다.北 육군 특수작전군의 주축 ‘폭풍 군단’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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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파병된 북한군 부대의 공식 명칭은 제11군단이다. ‘폭풍 군단’이라고도 불린다. 11군단은 1967년 1월과 10월 초 창설된 민족보위성 정찰총국 소속 제17정찰여단 제283군부대와 제124군부대가 합쳐진 부대다. 여기에 영화 ‘쉬리’에서 배우 최민식이 소속된 11군단이 1991년 합류했다. 북한 육군 특수작전군의 주축인 셈이다. 11군단은 건군절 열병식 때마다 단골로 출연한다. 지난해 2월 건군절 75주년 대규모 열병식에도 첫 번째로 등장해 북한 인민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국방부도 2022년 발행한 국방백서에 대표적인 특수부대로 11군단을 손꼽았다.이 부대는 전시에 땅굴, 잠수함, 공기부양정, AN-2기 등 다양한 침투 수단을 이용해 우리 지역 전·후방에 침투한다. 배합 작전이 주목적이다. 배합전은 부대·시설 타격, 요인 암살 등을 통해 후방을 교란하는 전술이다. 폭풍군단 군단장 출신인 김영복 조선인민군 부총참모장이 직접 러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파병 부대의 역할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자력발전소 방비 등 쿠르스크 안정화 임무를 맡거나 후방 지원에 나설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러-우크라 전선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다며 18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해당 북한군 추정 인물 사진을 자체 AI 안면인식 기술에 적용한 결과, 이 인물은 작년 8월 김정은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북한군과 지난 8월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해당 인물의 모습. 사진제공=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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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1군단의 전투력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지역과 지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폭풍 군단은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과 기반시설 파괴 등을 집중 훈련받아 왔다. 반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개활지는 참호를 활용한 소모전이 벌어지는 전장이다. 폭풍 군단이 평야 전투에 맞지 않다는 의미다.러시아와 연합훈련 경험 없어 소통 능력 미지수
소통도 문제다.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언어나 통신 문제로 소통까지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지휘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장병들의 대화를 감청한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북한군 30명당 통역관 1명과 러시아 장교 3명이 배정된 것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말이 파병이지 사실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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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나이는 20세 안팎이다. 자본주의를 맛본 ‘장마당 세대’다. 북한 내부에서 성장해 낯선 곳에서 첫 전쟁을 치르며 죽음의 공포에 내몰린다면 쉽게 동요될 수 있다. 실제 쿠르스크 지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극렬한 교전을 벌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곳이다. 이미 전사자 11만5000명을 포함해 러시아군 61만5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상황에서 이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된다면 큰 희생이 불가피하다.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북한군내 정예병력이지만 하루에 수천대의 드론이 날아다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리전 활용 땐 탈영·망명 유도 가능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정보·군 고위 당국자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만나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의 규모와 전장 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모니터링 단의 우크라이나 파견 등을 논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살상 무기 대신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부세계에 호기심을 보이고 상당수가 한국 드라마 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젊은 세대인 만큼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있을 수 있다.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될 경우 심리전에 휩싸일 수 있다. 포로로 잡힌 북한군에게 통역을 통해 한국행을 설득할 경우 지휘관을 따라 집단 탈영해 우크라이나 측에 투항하거나 전투 중 혼란을 틈타 망명도 유도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보면 북한은 젊은 병사를 파병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쟁 경험을 쌓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전장에서 얼마나 많은 활용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