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의무 대상 '회사→주주·회사' 상법 개정 반대
"주주에게 별다른 이익 없고 기업 가치 하락 우려"
한경협은 이날 '미국 M&A 주주대표소송과 이사충실의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회사법과 판례, M&A 소송 사례를 분석하면서 영미법계 신인의무(Fiduciary Duty) 법리를 한국 상법에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업 피해를 경고했다.
신인의무 법리는 회사 이사나 경영진이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의미한다. 이사나 경영진은 회사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정직하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기업 인수합병 계획 발표 후 주주들이 공시된 정보가 부족하거나 중요 사항이 누락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는 86%였던 미국 상장사 인수합병(1억달러 이상) 대상 주주대표소송 비율이 2013년에는 94%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2016년 '트룰리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연방법원이나 다른 주 법원에서 소송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2016년 71%까지 내려갔던 인수합병 관련 소송 비율은 이듬해 82%로 다시 올랐다.
또 M&A 관련 주주대표소송 중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 비율은 트룰리아 판결 이전(2009~2015년)에는 매년 평균 26%였으나 2018년에는 91%로 급등했다. 한경협은 이를 두고 변호사들이 소송에 유리한 지역을 찾아 '법원 쇼핑'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에 따라 이사 책임을 제한해 준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이사 책임 면제 조항이 있어 경영 판단에 대한 소송에서 이사들이 방어권을 보장받는다.
반면 한국은 상법상 이사 책임 면제 규정이 있으나 주주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이는 주주 수가 많은 대규모 상장회사에 적용하기 어렵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상법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기반해 이사 책임을 정하고 있어 미국식 신인의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며 "소송에 시달려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주주에게 실질적 이익이 없는 만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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