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원주 본원에서 '시청역 사고' 재연실험
차량 제동 시스템 무력화돼도 제동 정상 작동
국과수 급발진 감정 83%는 '페달 오조작'
29일 찾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과에서는 '재연 실험'이 진행됐다. 리프트에 올라가 있는 GV80 차량의 전자식 제동시스템을 무력화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제동 기능이 작동하는지를 살펴봤다. 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은 "(실험 차량은) 제동 제어기가 무력화돼 제동 페달을 밟았을 때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능이 전혀 없는 상태다. 어찌 보면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위에 운전자가 올라타 가속 페달을 밟자 바퀴가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하며 가속음이 울렸다.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1.3㎝가량 밟자 바퀴는 멈추고, 후면 제동 등도 빨갛게 들어왔다.
국과수는 이른바 '시청역 급발진 주장 사건'의 운전자 주장을 토대로 이번 상황을 꾸몄다. 운전자 차모 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줄곧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페달이 딱딱했고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으로 일어난 사고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이번 실험처럼 브레이크가 딱딱한 상태에서도 페달을 밟으면 정상 제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량 설계 구조상 구동장치에 문제가 생겨 이른바 '급발진'이 일어나도, 제동 장치는 별개라는 의미다. 김 실장은 "급발진 상황이 원인 모를 이유에 의해 발생했다고 쳐도 제동 페달을 밟으면 차는 무조건 선다"며 "구동과 제동은 완전히 독립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제동 시스템은 차량 시스템에서 최후의 보루"라며 "엔지니어가 어떤 상황에서도 제동 페달을 밟으면 차가 정지하도록 설계를 했다. 가속과 제동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가속페달 신호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제동을 최우선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차량이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실제 시청역 사고 차량으로도 이번과 같은 형식의 실험을 실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입회하에 사고 차량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제동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급발진 오인 사건'은 왜 일어날까. 국과수는 대부분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일어난다고 봤다. 국과수가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급발진 주장사고를 감정한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 사고 건수 334건 중 '가속 페달 오조작'으로 감정된 사건이 83%(277건)에 달했다.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불가능하거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했던 급발진 오인 사고 영상을 보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운전자가 차량이 급속으로 주행됨에도 가속 페달을 꾹 밟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익숙해졌다. 급발진 차량은 문제가 있고, 나는 완벽하고, 내가 밟고 있는 것이 가속 페달이 아니라 브레이크라고 생각하는 착각 인지 오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만 떼면 차는 멈춘다. 차가 내 의지와 달리 움직일 때는 차가 아닌 운전자인 나를 의심하고, 발을 떼고, 내가 정확히 무엇을 밟고 있는지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시청역 사건과 같은 사고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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