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합계 출산율 0.72명 시대. 서울의 유명 난임 병원 앞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동서고금 유례없는 저출산 추세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전국 난임 환자는 25만명. 모든 의료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된 현실 속에서 아이를 갖기 위해 '원정 치료'를 떠나는 지방 난임 부부들은 오늘도 고통받는다.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이 임신, 출산을 간절히 바라는 난임 부부들의 앞길을 막는다. 저출산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갖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지방 난임 부부의 원정 치료 실태를 들여다본다.
② 한국의 난임 환자 현황
난임 시술 환자수 작년 13만9000명
총진료비 3921억원, 1인당 282만원
늦은 취업·결혼·출산 등 사회구조적 문제 영향
작년 35세 이상 고령산모비율 36.3%
난임 진단을 받고 대표적인 난임 시술인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을 통해 아이를 갖는 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난임은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여성 만 35세 이상은 6개월)에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로 정의한다. 취업에 매달리다 결혼이 늦어지고 주거 안정을 꿈꾸며 임신을 미루고 경제 활동을 하다 보니 출산이 자연스레 늦춰지면서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 난임 환자수 작년 25만명 넘어
2018년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 수가 22만8000명(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 수는 12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난임 환자 수는 6년 새 9.6%, 난임 시술 환자 수는 16%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난임 시술 1인당 진료비는 127만원에서 282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난임 진단의 성비는 6대 4 정도이지만, 난임 시술은 환자의 95%가 여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난임 평생유병률(평생 살면서 한 번 이상 난임을 경험하는 비율)을 17.5% 수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현재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 비율을 뜻하는 시점유병률은 12.6%다. 국내에서는 이미 20년 전인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표본조사에서 국내 난임 발생률이 13.5%로 확인, 국내에서는 부부 7~8쌍 중 1쌍이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처럼 난임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은 늦은 취업과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31.5세, 남성 34.0세로 2015년 대비 각 1.5세, 1.4세 올랐다. 첫 아이 출산 연령은 평균 33.6세다. 지난해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6.3%로 10명 중 4명꼴이었다. 연령이 가임력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변화는 난임 문제로 병원을 찾게 되는 부부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40대, 결혼 1년 내 난임 시술 시작"
결혼 시기가 늦어질수록 난임 시술을 빨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1년 난임 시술 여성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5세 이상에서 결혼 후 2년 이내 난임 진단율이 35세 미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결혼 시 연령이 높을수록 결혼 후 1년 이내에 난임 시술을 받았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40대의 경우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난임 시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매해 태어나는 신생아 중 난임 시술을 바탕으로 출생하는 아이의 비중은 10% 수준으로 집계된다. 난임 전문의인 김영상 감자와눈사람 원장은 "오래 공부하면서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결혼 비용이 많이 들어 자금을 모으느라 결혼 전 회사를 다니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난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실제 난임 환자가 늘어난다기보다는 '나이 많은 부부'가 늘면서 난임 환자가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