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전통 제약사들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CDMO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진출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DMO는 제약회사의 의약품 개발 과정과 생산 과정을 위탁받아 대행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일반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청정 관리가 까다로워 위탁 생산의 필요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 공장에 준하는 수준의 청정시설이 요구되며, 생산 과정에서 100%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실제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약 50%가 CDMO를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전체 바이오의약품의 약 20%가 CDMO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CDMO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12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에서는 다국적 제약회사 BMS의 생산시설을 인수해 현지 CDMO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의미가 크며, 향후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 제약사들의 CDMO 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안에 CDMO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고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공장보다 50% 큰 규모로, 셀트리온의 CDMO 사업 의지를 잘 보여준다. 대웅제약의 계열사인 대웅바이오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지구 제약 클러스터에 바이오 공장을 완공하고 CDMO 사업에 진출했으며, 동아제약의 에스티팜은 이미 CDMO 사업을 시작했다. 한미약품 역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CDMO 사업 추진을 선언하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14% 이상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현재는 스위스의 론자를 비롯해 미국의 캐털런트, 네덜란드의 서모피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의 다이오신스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론자는 10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CDMO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제약업계의 특수한 관행이다.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CDMO 사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은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이를 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하는 형태로 사업을 구분한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CDMO 사업은 대부분 CMO(위탁생산)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나, 점차 신약 개발 단계의 공정 위탁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 생산을 넘어 기술력을 갖춘 파트너로서의 도약을 의미한다. 각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살리면서도 제약업계의 관행과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CDMO 산업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각자의 특성과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기대된다.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 영역 구분과 지속적인 기술력 확보,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CDMO 사업 확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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