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라는 기조는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미뤄오던 301조 대중(對中) 관세 검토를 끝내고 전기차 관세 100%까지 인상을 포함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등 전략산업에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또 반덤핑·상계관세 등의 수입규제 조치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1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 관세 등의 공약을 공세적으로 내세우며 1기보다 더욱 강력해진 관세조치를 예고했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심화 기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가 크게 늘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20년 12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던 신규조사 건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하반기~올해 상반기 1년간 총 107건이 개시됐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기조가 당장 한국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결국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의 보호조치가 대부분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중국의 제3국 경유 우회 수출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중국산 대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도 일부 존재한다"면서 "실제 미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대중국 301조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수입처가 다변화하면서 멕시코 등 제3국이 중국을 대체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한국 수입이 증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서방 세계가 단순히 중국의 안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넘어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면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중국이 그동안 담당한 많은 글로벌 수요를 한국 기업이 일정부분 공고하게 유지하고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기회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허 교수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하고 투자해서 이익을 얻는 경제구조인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한국의 역량을 최대한 펼치려면 다자주의, 세계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도 "해리스나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미국에 수출이 아닌 미국 내에 생산시설 건설 등의 투자를 하라는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우 기술적 요소까지 미 상무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한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 심화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선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 교수는 "미국은 WTO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강제 이전, 각종 보조금 등의 문제를 응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나서서 분쟁해결기구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을 활용한 주요 통상 상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전체적으로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법적 구속력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주요국과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TIPF나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유연한 협력에 기초한 전략적 협력 형태 등 다양한 협력체를 만드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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