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미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를 막기 위해서라면 추가 금리 인하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공격적인 피벗(pivot·정책 전환)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젠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으며 본격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업계는 이러한 통화정책 완화의 주요 수혜자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홍콩이 미국 금리 인하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홍콩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8%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가격은 내년에 5%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처럼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는 것은 위기를 겪는 부동산 시장이든 회복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이든 시황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수만가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시장 성과가 극명하게 갈렸던 홍콩과 싱가포르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이는 여타 아시아 주택 시장, 특히 한국이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 거래량과 가격이 급등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홍콩은 일련의 위기와 혼란이 초래한 사상 최고 수준의 미분양 주택 재고를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홍콩재단(OHKF)은 향후 5년간 완공되는 개인주택 규모가 1997~2006년 시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더라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악성 재고를 처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장의 회복은 더딜 것이다.
낮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구매 부담을 완화하고 임대업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공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지닌 영향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홍콩 오피스 시장에서 특히 심각하다. 최근 몇 년간 신규 공급 물량은 급증했지만 수요는 팬데믹과 중국 경제 침체로 인해 바닥을 기면서 둘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2020년 이후 임차인이 급격히 늘긴 했지만 공실이 너무 많아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콩 센트럴(중완) 지구의 공실률은 14%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A등급 오피스 임대료가 2019년 정점을 찍은 후 35% 하락하고 신규 준공이 급증하면서 ‘질 좋은 오피스로의 이동’을 부추기고는 있지만 프라임 등급 오피스 임대료는 여전히 하락세다. CBRE의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책임자인 에이다 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임대료 하락 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는 어떨까. 사실 싱가포르에 있어서 금리는 애초에 주요 이슈가 아니었다. 개인 주택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둔화하고 있지만 2021년 이후 28% 상승해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시중 은행들이 넘쳐나는 예금과 더불어 신규 대출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경쟁하면서 지난해 초 4%였던 모기지 금리는 이미 2.6%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상반기 신규 민간 주택 판매량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주택을 조금이라도 비싸게 판매하려는 업자들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정부가 민간 시장을 넘어 공공 주택 시장까지 퍼진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오피스 시장에서 핵심 비즈니스 지구에 위치한 A등급 오피스의 임대료는 2021년 초 이래 15%가량 상승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실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부동산 공급이 타이트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가격은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영국 부동산 서비스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임차인이 임차료와 입주 비용 등을 포함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세계에서 7번째로 높다. 도쿄와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싱가포르의 오피스 시장은 홍콩만큼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이 임차료가 훨씬 저렴한 외곽 지역의 고급 빌딩으로 옮기거나 하는 등의 옵션이 제한적이다.
미국의 통화 완화 사이클이 시작된다는 것은 분명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희소식이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니콜라스 스피로 로레사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Fed’s rate cut won’t fix what ails Hong Kong or Singapore’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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