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역사 최초 50홈런 50도루 넘어
야구의 한계 벗어난 미지의 영역으로
보이저라는 이름의 우주 탐사선이 있다. 1977년에 나란히 쏘아 올려진 1호와 2호는 여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최장 거리 통신에 성공했으며, 가장 먼 곳에서 지구를 촬영하기도 했다. 초당 15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보이저호는 2018년에 태양계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오타니라는 이름의 야구선수가 있다. 2013년에 데뷔한 그는 여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투수와 타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일본 리그에서 팀을 우승시키고 MVP까지 받았다. 메이저리그로 넘어온 뒤에는 선발 투수로 10승과 타자로 40홈런 이상을 함께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되었으며 스포츠 전 종목 최고 금액의 계약을 따냈다. 만장일치로 2번의 MVP를 받은 유일한 메이저리거이기도 한 그는 야구의 한계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오타니의 기록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개인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 승리에 보탬이 된다는 점이다. 도루는 실패하면 공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부작용이 있다. 이전 기록 달성자들이 도루 성공률이 떨어지는데도 계속 도루를 시도한 데 비해 오타니는 90%가 훌쩍 넘는 성공률을 자랑한다. 홈런이 팀 승리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분야든 전례 없는 활약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문화적 현상이 생긴다. 미국 LA에서 오타니의 날이 지정되고, 오타니 기념품을 증정하는 날에는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도로에 늘어서고, 소속팀 다저스 경기는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었다. 오타니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문화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오타니는 TV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오타니가 모델인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광복 이후 오타니만큼 우리나라에서 호감을 얻은 일본인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일본인 대부분은 비난이나 경쟁의 대상이었으니. 이 또한 오타니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타니는 51홈런 51도루 김도영은 37홈런 39도루를 해낸 상황이다. 오타니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것처럼 김도영 역시 위대한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즌이 끝난 후 오타니 호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구경거리가 아니다. 세기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재익 SBS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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