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감소없이 6개월간 실험
근무시간 효율적 사용으로
회사 매출도 35%나 늘어나
업종 특성·문화 맞춤형 필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유럽의 경우 2022년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벨기에 정부와 바티칸이 주 4일 근무제를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자동차 제조업 기업과 노동조합의 협상안 중의 하나로 주 4일제가 올랐다. 주 4일제는 과연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우리나라에도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영국에서 실행한 2022년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대·중·소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모두 긍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 실험에는 61개의 회사가 참여했고, 임금 하락 없이 6개월 동안 주 4일제를 시행했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회사가 여전히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고, 약 30%는 아예 영구적으로 공식적인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사원들의 정신 건강과 육체적 건강이 향상됐고, 번아웃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현재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사원만이 득을 본 것이 아니다. 사측의 경우 매출액과 수입은 오히려 전년 대비 35%나 늘어났다. 사원들의 병가도 줄었다. 게다가 이직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에 채용에 쓰이는 인력과 자원을 아낄 수 있게 됐고, 더 훌륭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시행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은 어떻게 금전적인 손해 없이, 사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까? 답은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쓰지 않음으로써 사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예를 들면 한 회사에서는 모든 미팅을 30분으로 제한했고 미팅을 반드시 제시간에 시작하도록 했다. 또 이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외의 시간에는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꿈으로써 사원들의 생산성을 높였다. 외근에 쓰이는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외근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려면 획일적인 주 4일제가 아닌, 업종의 특성과 기업의 문화에 따라 맞춤형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금요일에 모든 사원이 쉬는 방식이 어떤 기업에는 잘 맞을 수 있지만 사원마다 쉬는 요일을 다르게 하거나 팀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주 4일제를 시행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고객 응대나 서비스업의 경우는 이렇게 유연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똑같은 기업이더라도 팀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어떤 팀은 일률적으로 같은 날에 쉬지만, 다른 팀은 각자 사정에 맞게 요일을 돌아가면서 쉰다든지, 아니면 계속 주 5일을 하지만 일일 근무시간을 현저히 줄이는 식으로 시행한다.
그렇다면 주 4일제 실험을 중단한 기업은 왜 그랬을까? 인터뷰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는 주 4일제를 긍정적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나 클라이언트가 주 4일제에 대한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주 4일제를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결정권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어쩌면 더 주의할 점은 이 연구 결과가 모든 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아마 주 4일제가 어느 정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을 수 있다. 즉, 주 4일제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은 기업은 이 연구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들의 성과가 좋은 것은 선택 편향 (selection bias)의 결과일 뿐일 수도 있다.
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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