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재평가는 중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서도 확인된다. 중국의 18세 학생들은 이번 여름에 그들의 진학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 중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전형적인 길인 금융, 경영대학을 택하는 이들은 줄었다.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은행가나 기업 임원이 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보장해온 인터넷 서비스, 금융 산업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확인된다. 당국은 은행가들의 연봉 패키지에 상한선을 두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정부의 ‘공동 번영(common prosperity)’ 추진에 따라 지난 몇 년간 받은 보수 중 일부를 반환하라는 요구마저 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아온 일부 은행가들이 최대 90%에 달하는 급여를 삭감당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대중이 이러한 삭감 조치를 거의 동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인들은 경제 회복세가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은행가나 기업 임원들이 대규모 연봉 패키지를 받는 것을 탐욕스럽게 여긴다.
이른바 ‘슈퍼 리치’로 불리는 중국의 초부유층 대부분은 그간 대중의 감시 섞인 시선을 피해왔다. 자신의 사업이 국가 어젠다와 일치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일부 소수의 기업가를 제외하면, 중국의 억만장자 중 자신의 경력이나 생활 방식, 기타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주목받고 입을 열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 중국에서 부를 추구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단계에 접어든 듯하다. 중국의 오랜 역사를 살펴봐도 국가는 항상 부유층과 그들의 영향력을 경계해왔다. 이상적인 유교 사회 구조에서 상인 계급은 학자, 농부, 장인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중국 이야기에서는 부자들이 비참한 결말을 맞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이 가운데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이념 역시 자본가, 사유재산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따르면 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원천은 인간 노동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는 이들은 빠르게 번영하며 비판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부에 대한 이념적 차별은 중국의 개혁 추진, 세계 개방과 맞물려 마침표를 찍었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도약으로 이어지며 사람들로 하여금 부자가 돼도 괜찮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1978년 중국 공산당이 ‘경제 건설’을 중심 어젠다로 삼았을 때 수억명의 중국인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이제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사상의 해방은 기업가 정신을 촉발시켰고,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부를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규제나 법적 제도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자본주의 활동이 이뤄지는 원시 자본주의(Raw Capitalism)가 중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로 인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억제될 경우 중국의 경제적 역동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부에 적대적인 사회 환경에서는 기업가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떠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중국의 민간경제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기업가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고, 중국 경제의 특정 부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남부 기술중심지인 선전에서는 1700만명의 주민 사이에서 가장 큰 공감대는 ‘가오첸(gao qian)’으로, 이는 ‘돈을 벌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를 향한 거리낌 없는 욕망, 열망 덕분에 선전의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35% 급증했다.
저우 신 SCMP 테크 에디터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It’s now okay to not be okay about getting rich in China ? but this could become a problem’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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