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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가자지구 최전선, '알시파 병원'…하마스 본부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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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알시파 병원, 하마스 작전본부"
십자군 전쟁 때부터 존재한 '병원 기사단'

[뉴스in전쟁사]가자지구 최전선, '알시파 병원'…하마스 본부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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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교전이 40일을 넘겼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대부분을 장악하고, 일대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Al Shifa) 병원'까지 진입하면서 국제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는데요. 전쟁 중이라해도 민간 의료시설 공격은 국제법상 금기사항임에도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공격을 진행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내에서 하마스의 지하터널과 연결된 입구가 발견됐고, 대량의 무기와 인질들의 정보가 담긴 노트북이 발견돼 해당 병원이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작전 지휘본부로 오랫동안 쓰인 곳인 만큼, 지상작전에 반드시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죠.
지난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가자지구 어린이가 알시파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가자지구 어린이가 알시파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사실 중동 지역에서 병원은 오랜 기간동안 단순 의료시설로만 쓰이진 않았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활발하던 중세시대에는 아예 병원을 거점으로 하던 기사단까지 있었을 정도로 군사시설 역할을 함께 해왔죠. 특히 알시파 병원은 19세기부터 1,2차 세계대전을 거칠 당시 영국군의 야전기지 위에 세워진 곳이라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에 위치해있어 하마스가 군사시설로 전용 중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죠.
이번시간에는 이 알시파 병원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 인권단체들간의 논란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중동지역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었던 병원의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News) : 이스라엘 "알시파 병원과 연결된 하마스 지하터널 입구 발견"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위군(IDF)가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발견했다는 무기들의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위군(IDF)가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발견했다는 무기들의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1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알시파 병원 경내에서 하마스의 지하터널 입구를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함께 병원 내에서 하마스의 무기가 실려있던 픽업트럭을 발견했으며,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작전 이후 끌고간 인질들의 정보가 담긴 노트북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이 단순한 민간 의료시설이 아닌 하마스의 작전 지휘본부로 쓰였음이 드러났다며 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들은 인간방패로 쓰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 인권단체들은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작전본부로 쓰인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격을 비난해왔죠.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비판을 무릅쓰고 알시파 병원은 반드시 제압해야할 작전구역이라며 결국 병원에 지상군을 투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이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 정부 또한 이스라엘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스라엘군은 병원 시설을 장악하게 됐는데요.
하마스와 알시파 병원 측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은 조작된 것이며 알시파 병원은 하마스의 작전 본부로 쓰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십자군 원정당시 활약했던 '병원 기사단'
16세기 몰타섬을 지배했던 '성 요한 기사단(Order of Saint John)'을 재현한 모습. 중세시대 성 요한 기사단은 성지 예루살렘까지 이동하는 순례객들을 보호, 치료하는 기능을 담당해 구호기사단, 혹은 병원기사단으로 불렸다.[이미지출처=X(옛 트위터)] 16세기 몰타섬을 지배했던 '성 요한 기사단(Order of Saint John)'을 재현한 모습. 중세시대 성 요한 기사단은 성지 예루살렘까지 이동하는 순례객들을 보호, 치료하는 기능을 담당해 구호기사단, 혹은 병원기사단으로 불렸다.[이미지출처=X(옛 트위터)] 원본보기 아이콘

사실 중동지역에서 병원이 단순한 민간 의료시설이 아닌 군사시설로 이용됐던 것은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에는 각지의 병원을 거점으로 하는 기사단이 동부 지중해 일대에서 원정을 이어가면서 병원이 군사시설로 많이 전용됐기 때문인데요.
이 기사단은 원래 '성 요한 기사 수도회(Order of St. John of Jerusalem)'란 명칭을 갖고 있었는데, 십자군 전쟁 당시 예루살렘 성지로 순례를 떠난 순례객들과 민간인을 보호하고 병자를 치료해주는 역할을 맡은 기사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혹은 구호를 뜻하는 단어인 '호스피탈러(Hospitaller)'라는 별칭이 붙게 됐습니다.
오늘날에는 병원이란 단어로 알려진 '호스피탈(hospital)'과 같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원래 이 단어는 고대 중동의 유목민족들이 외부에서 '손님(Host)'이 왔을 때 접대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였죠. 물과 음식을 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행위 전체를 통칭하는 단어였다가 병원이란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호스피탈과 같은 어원을 지닌 단어 중 하나가 적대적이란 뜻인 '호스틸(hostile)'인데요. 모든 이방인, 손님이 우호적이지는 않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접대 자리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죠.
이러한 어원을 갖고 출발하는 병원기사단은 본래 취지가 순례객들의 구호와 치료에 있었지만, 십자군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도 주요 전선에 뛰어들게 됩니다. 원래는 성요한 기사 수도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수도사들의 집단이었지만, 점차 전쟁이 심화될수록 실제 전투 경험이 많은 기사들이나 용병들이 합류하면서 무장조직으로 변모해갔는데요. 이후 이들이 세운 병원, 구호소들은 군사거점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병원기사단은 십자군 전쟁 기간동안에는 예루살렘을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1291년, 십자군 전쟁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는 로도스섬, 몰타섬 등 지중해 도서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은 해군을 육성해 팔레스타인 및 동지중해 지역 각지를 공격, 약탈하면서 악명을 떨치게 됐습니다. 포로로 잡은 이들은 노예로 삼기도 했는데요. 오늘날에는 그들이 마지막에 머물렀던 몰타섬의 이름을 따서 '몰타기사단(Order of Malta)'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역사(History)2 : 영국군 막사 자리에 놓인 알시파 병원, 하마스 작전본부 논란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자지구 일대에 파병된 영국군의 행군 모습[이미지출처=뉴질랜드 역사(nzhistory) 홈페이지]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자지구 일대에 파병된 영국군의 행군 모습[이미지출처=뉴질랜드 역사(nzhistory)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십자군 전쟁 이후 15~16세기부터 오늘날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터키 제국이 동부 지중해일대를 제패하면서 한동안 평화로웠던 중동지역은 19세기 제국주의시대부터 다시 정정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알시파 병원을 비롯해 가자지구가 분쟁의 역사로 뛰어들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죠.
알시파 병원은 19세기 영국이 이 지역을 점령해 막사를 세우면서 가자시티의 중요한 군사적 거점이 됐습니다. 1차대전 당시에는 영국군과 오스만 터키 제국간 가자지구 전투가 벌어지면서 치열한 교전지역이 되기도 했죠. 오늘날과 같은 병원시설이 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인 1946년,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 시절부터입니다. 이때 병원이 세워지면서 우리 말로 '치유의 집'이란 의미로 '다르 알시파 (Dar Al-Shifa)'라는 이름의 병원이 됐죠.
이후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가자지구는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하마스 등 주인이 계속 바뀌었고, 그때마다 알시파 병원은 지속적인 증축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자시티의 가장 큰 병원시설이다보니 치열한 분쟁지역 내에서 누가 점령하든 가장 중요한 시설이 됐기 때문인데요.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하마스가 이곳을 사실상 군사 거점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반대파나 이스라엘 협력자들을 고문, 살해하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졌죠. 하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이러한 의혹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조작한 정보라며 알시파 병원은 순수 민간 의료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어려워진 민간·군사시설 분류 속 커지는 민간인 피해
가자지구 중심지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일대 위성사진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가자지구 중심지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일대 위성사진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알시파 병원의 군사시설 전용 의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장기화될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완전 소탕 이전에는 군사작전을 중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지상작전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민간인 시설들이 공격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미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훨씬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이 불리해진 하마스가 민간, 주거용 건물을 지휘본부로 사용하면서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러한 양측의 공수 전략 속에 죄없는 어린이들의 희생이 확대되면서 조속한 휴전이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하루속히 평화가 오기를 바라봅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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