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兆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방어' TF
"대기업 안 될래요"…어른아이병 걸린 中企
상식적으로 회사가 성장을 거듭해 규모가 커지면 환호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성장이 무섭다. 회사가 커지면 규제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 당하면 받아야 하는 규제 숫자가 274개에서 342개로 68개(24.8%) 늘어난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국 사업체 조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말 기준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 수는 852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0.014%에 불과했다. 이 비중은 10년 전인 2011년 0.015%보다 줄었다. 종업원 수 300인 이상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0.07%로 10년 전 0.10%보다 감소했다. 주요 선진국은 대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2011년 0.56%에서 2021년 0.88%로 올라갔다.
현재 정부의 대기업 규제 대상인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수는 82개(소속회사 3076개)다. 이 중 48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금지뿐 아니라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더욱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대기업 딱지를 다는 순간 마주해야 하는 규제가 두려워 제대로 기업의 상황을 신고하지 않거나 대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곳도 많은 상황이다. 산업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이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도 어른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가 나타내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피터팬 증후군이 계속 산업계에 퍼지면 기업 혁신,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피터팬 증후군이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중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지정을 피하기 위해 사업부를 쪼개면 계열사 수가 늘어 고용 인원 수는 늘지 몰라도 한 명이 할 일을 두 명이 해 오히려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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