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구성원 적응 돕는 '온보딩'…잘못하면 퇴사 속출
비대면 환경 속 '일대일 비서' 프로그램 적용 많아
마이크로소프트(MS)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5만여 명을 채용했다. 올해 초 빅테크 발 감원 한파 여파로 1만 명 이상의 해고 조치를 단행했지만, MS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재택근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신입 직원뿐 아니라 경력 직원까지 속속 MS라는 조직에 합류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는 당신의 매니저가 이제 '풀서비스 컨시어지(full-service concierge)'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교수의 팟캐스트에 나와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컨시어지는 호텔 로비에서 투숙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일종의 집사 역할을 하는 직원을 말하는데, 입사자의 바로 위 상사인 관리자가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A부터 Z까지 회의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조직 문화, 대화 방식까지 공유하는 '맞춤형 비서'가 돼야 했다.
◆ 자칫 온보딩 실패하면 '퇴사자 속출'…새로운 형태 필요
참고 기사 : 2023년 5월 20일자
팬데믹 이전까지는 메신저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관계 형성, 업무 영역 조율과 조직 문화, 대화법을 익히는 일까지 조직에 적응하는 전 과정을 오프라인에서 해왔다. 하지만, 재택근무하는 기업이 원격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사무실로 출근하면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유·무형의 언어로 소통하며 온몸으로 분위기를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노트북 화면 속에서 만나고 대화하며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업체인 인사 솔루션 서비스 제공 업체 페이첵이 지난해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제대로 된 온보딩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느끼는 응답자의 80%가 '조만간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을 나와 이직해 들어간 새 회사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생각해보자.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궁금한 걸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회사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 어려워 당사자도, 회사도, 동료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거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첵 설문조사 응답자 3명 중 1명은 온보딩 과정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아 혼란스러웠다고 답했다. 특히 재택근무로 온보딩을 한 경우에는 이 응답률이 36%로, 대면 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자와 비교해 비교적 높았다. 재택근무하는 응답자가 사무실 출근 응답자보다 퇴사할 의사를 표현한 경우가 117% 많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페이첵은 분석했다.
재택근무 환경 속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보다는 기존 관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인사를 건네고 잡담을 나누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켄지가 지난해 미국 남녀 직장인 5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직장 안팎의 사회적 관계망이라 할 수 있는 일명 '네트워크'가 확장됐다고 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답변은 28%, 기존에 알고 지내던 관계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다는 답변율은 31%로, 관계 구축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존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재택근무 중인 직장에 새로 합류하는 구성원에게 적절한 온보딩 과정은 그야말로 조직에 무사히 안착하는 '필수 코스'인 셈이다.
◆ 재택근무 채택한 기업은 어떻게 '온보딩' 하고 있나
네이버는 재택근무 중에도 대면 온보딩 전략을 사용한다. 직원이 자유롭게 근무 장소를 정할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운용 중인 네이버는 신규 입사자에게 입사 직후 3개월간 최소 주 1회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한다. 주 5일 내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타입 R'과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타입 O'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적어도 입사 후 3개월은 사무실 출근 규정을 지켜야 한다.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혼자 사무실에 나온다고 해서 회사 일을 알아서 척척 스스로 깨달을 순 없다. 신규 입사자가 속한 팀 내에 멘토 역할을 하는 '버디'도 3개월간은 최소 1회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회사는 권장한다. 함께 식사하거나 카페를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타입 R을 선택한 직원은 배정하지 않는 고정좌석도 이 기간에는 신규 입사자와 버디 모두 받게 된다고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3개월간 함께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적응을 돕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를 실시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슬랙 등 다양한 기술 도구를 활용해 온라인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새로 합류한 구성원이 팀과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팀 구성원이 한 달간 '돌보미'가 되는데, 의무적으로 사무실에 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원격 환경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다양한 업무 공유 툴이 있고 소통 도구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만나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이 조직 문화를 흡수하고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입사 시점에 맞춰 월 2회 오프라인으로 '배민컬쳐캠프'를 진행해 동기들 간에 유대감을 쌓고 조직 문화와 서비스를 이해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한다.
꼼꼼한 온보딩 자료 마련에 진심인 기업도 있다. 2011년 창업 당시부터 전원 재택근무 방식을 택했던 미국 나스닥 상장사 소프트웨어 업체인 깃랩이다. 깃랩의 원격근무 총괄이었던 대런 머프(현재 글로벌 취업 알선 업체 안델라의 부사장)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온보딩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를 문서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직원이 불과 10명일 때에도 문서화의 중요성을 깨달아 일찍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일종의 백과사전 같은 엄청나게 구체적인 가이드를 만들어 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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