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내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증설을 검토 중이라며 필리핀 공장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이날 경북 포항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 열린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MLCC 가동률이 높은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 분야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공장을 생각하고 있다"며 "투자하면 (공장 완공 및 가동까지) 한 2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빨리 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삼성전기가 필리핀 생산법인의 MLCC 캐파 확대를 공식 언급한 첫 사례다.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필리핀 사업장을 찾아 MLCC 공장을 둘러본 뒤 AI와 전기차 시장 선점을 당부했다. AI와 전장 부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필리핀을 글로벌 MLCC 생산 거점으로 확대해 전자산업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모든 전자 기기에 필수다.
첨단 반도체 기판 공급 계획…AI 가속화 목표
29일 포항공대에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신소재공학부 학부생·대학원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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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사장은 AI 가속기용 첨단 반도체 기판(FCBGA) 공급 계획도 밝혔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기판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특수한 기판으로, AI와 고성능 컴퓨터에 사용된다. 장 사장은 "북미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 4곳 중 한 곳에 AI 가속기용 기판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 소량씩 양산하고 내년에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했다.'향후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장 사장은 "모든 고객과 일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답했다. 장 사장은 이날 포항공대에서 신소재공학부 학부생과 대학원생 총 1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미래 기업의 생존 여부는 핵심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디지털 미래를 주도할 6대 메가트렌드로 ▲자동차 ▲AI ▲에너지 ▲휴머노이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우주항공을 꼽았다. 장 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이동수단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배터리와 반도체, 센서 등 IT 부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AI 발전이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1980년대 PC 산업, 2000년대 모바일 산업에 이어 현재는 AI를 기반으로 한 오토메이션(AI 기반 자동화)이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장 사장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들이 AI 기반 연구 성과로 주목받은 점을 언급하며 AI가 산업뿐 아니라 학문과 연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된 AI를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며 "AI 용 초고속, 초고용량, 고신뢰성 패키지 기판과 수동부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다"며 "삼성전기는 MLCC 크기를 줄이면서 용량을 최대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패키지 기판에서는 고다층화와 대면적화 기술을 통해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하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 사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엔지니어링에는 한계가 없다"며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연구하는 소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밑거름이자 초격차 기술 구현을 위한 핵심"이라며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 산업을 선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기 측은 "소재·부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장덕현 사장은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모교인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에서도 특강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