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적자 해소.안보문제 해결
일각선 "협상력 높이려는 전략"
분명한 건 1기때보다 세게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기존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대선공약에는 없던 내용이다. '충성파'로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자마자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거침없는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이들 3개국은 올 9월까지 전체 미국 수입의 42%를 차지한다.
그러자 멕시코는 즉각 반발하며 사실상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캐나다에선 총리가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에 나섰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3자 경제 동맹이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 모습이다. 중국은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다"며 의미심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아직 취임이 두 달여 남은 트럼프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모습이다. 취임 이후에는 어떤 무지막지한 정책이 펼쳐질지 벌써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카드가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 불법이민 등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레버리지’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이행될 경우 자칫 미국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0.9% 오를 것"이라고 봤고,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내년 미국 소비자물가가 0.75%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재무부 장관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면서도 "점진적인 부과"를 제언했던 인물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정책 입안에 베센트 CEO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고 지명 이후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계를 돌려보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늘리도록 압박했을 당시 한국에는 최대 5배 증액을 요구했는데 협상 결과 최종적으로 약 8% 인상에 그쳤다. 또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 큰 우려를 낳았으나 협상을 통해 특정 할당량(쿼터) 내에서는 관세를 면제받는 형태로 조정됐다. 이로 인해 "블러핑(bluffing)이 트럼프의 전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 그의 협상 스타일이라고 나온다.이번 관세 위협이 미국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무역 및 기타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려는 협상 전략인지, 아니면 세계 무역과 미국 경제를 재편하기 위한 캠페인의 시작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명심해야 할 건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2기 체제에서 1기 때의 '실수'를 거울삼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압박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미 대선 전부터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트럼프 측과 선을 대기 위해 갖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 및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어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가 열린 것은 2년 만이다. 정례 개최 계획도 밝혔다. 늦었지만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글로벌 산업경쟁에 대응해 제대로 된 다양한 정책수단이 나오길 바란다. 골프 연습이 트럼프 대응 전략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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