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감 사는 법은…WSJ "팀 쿡 처럼 하라"

로비스트 보내는 대신 직접 전화
관세 예외 적용 효과…트럼프 "훌륭한 경영인"

주요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친분을 쌓기 위해 로비 활동에 나서는 가운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많은 사람이 쿡의 전술을 따르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쿡 CEO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기업 경영진이 트럼프 당선인과 교류하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모범 사례를 개척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쿡 CEO는 대관 임원이나 로비스트를 보내는 대신, 직접 전화를 걸고, 만나서 식사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를 쌓았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회의할 때 한 가지 문제만 다루는 전략을 세웠다. 너무 많은 사안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팀 쿡 애플 CEO. 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로 쿡 CEO의 이 같은 전략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때 쿡 CEO는 개인적으로 로비에 나섰다. 관세가 중국을 주 생산기지로 둔 애플의 아이폰 가격을 인상해 삼성 같은 외국 경쟁사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폰 같은 전자제품을 관세 예외 대상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후 애플은 맥 프로 생산 기지를 텍사스 오스틴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으며 보답했다. 2017년에도 쿡 CEO는 세금 감면 계획을 수립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2500억달러를 감세받을 수 있다면 미국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감세 계획을 설명하며 애플 사례를 예로 들었다.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쿡 CEO가 자신에게 주는 관심을 즐긴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쿡 CEO에 대해 "그가 훌륭한 경영자인 이유는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대선을 앞두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쿡 CEO와 애플의 유럽 과징금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동안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딸 이방카 트럼프 등과도 가까이 지냈다.
최근 보잉도 쿡 CEO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로 무역 정책, 관세 관련 논의를 했다. 그러나 애플과 쿡만큼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면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과 1대 1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두 쿡 CEO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회장은 지난달 행사에서 세계화와 관세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매우 격렬하게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매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나는 트럼프 당선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수입은 적자 또는 손실이고, 수출은 이익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에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 기술 기업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변에 많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전통적 로비 기업에 의존하는 대신 벤처 캐피털 투자자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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