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1일 세종시에서 연 국토교통부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 날 오전에 찾은 세종시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내 '데시벨 35'에서는 그의 말처럼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러닝머신을 타거나, 공을 떨어뜨리면서 소음 측정
데시벨 35에서는 층간소음 측정을 위해 아파트와 같은 구조의 공간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거나, 2.5kg의 실험용 공을 바닥으로부터 120㎝ 위에서 떨어뜨리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층간소음 1~4등급별로 아래층에서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1등급 기술이 적용된 상태에서는 4등급과 달리 위층에서 러닝머신을 타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실험용 공을 떨어뜨릴 때는 약간의 진동이 느껴졌지만 4등급보다 진동이 작았다.
21일 세종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내부 시설에 소음 측정 테스트를 위한 장비가 마련돼 있다. 박승욱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은 소음 측정 시 37db(데시벨) 이하로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수준의 소음이다. 37db 초과 41db 이하면 2등급, 41db 초과 45db 이하는 3등급, 45db 초과 49db 이하는 4등급을 받는다. 공동주택의 경우 1~4등급까지는 성능을 인정받지만 이후 5등급부터는 보완 시공이나 손해 배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자를 끌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발생하자 월패드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알림음이 울리기도 했다. LH는 층간소음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노이즈 가드'를 개발해 일부 LH 공공주택에 도입했다. 노이즈 가드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뛰거나 의자를 끄는 등 바닥 진동을 통한 소음을 유발할 때 스마트폰이나 월패드에서 층간소음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거주자의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대기업들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인 반면, 중소 건설사는 기술 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의 건설사 기술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LH가 나서서 범용성 있는 다양한 기술을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세종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바닥 진동에 따른 소음이 발생하자 알림이 나온다. 박승욱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LH는 기술 개발을 위해 이곳에서 복합 완충재, 슬래브 두께 등 기술 요소를 바탕으로 47가지 기술 모델을 만들고 1347번의 성능 테스트를 시행했다. 김병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주택성능개선팀장은 "현재는 벽식구조 건물에 한해서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나 앞으로는 라멘구조나 모듈러 등 다양한 주택에도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의 바닥 구조는 모르타르, 완충재, 슬래브 등으로 구성된다. 몰탈의 밀도를 높이고 완충재에 복합소재를 사용하고, 슬래브 두께를 늘릴수록 소음 차단 효과는 크다. 예컨대 3등급 기술의 표준 바닥 구조는 일반 모르타르 40㎜, 경량기포 40㎜, 복합완충재 30㎜, 슬래브 210㎜이며, 1등급 구조는 40㎜와 30㎜짜리 고밀도 몰탈 두 개와 복합완충재 40㎜, 슬래브 250㎜로 구성된다.
LH는 내년부터 LH 아파트 설계에 1등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공공주택 뉴홈이나 3기 신도시에는 1등급 기술 일부가 적용됐다. 김 팀장은 "이들 단지 설계에서 슬래브 250㎜는 적용됐다. 고밀도 모르타르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완전히 1등급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1등급 기술은 공사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김 팀장은 "층간소음 4등급에서 1등급으로 갈 때 가구당 40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며 "이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 재정이나 기금 출자 확대 등을 건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