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일은 농사 짓는 일이고, 벤처캐피털(VC)은 농사꾼입니다. 스타트업에 '펀드'라는 물을 계속 공급해야 하고, 매일 잡초를 뽑고 관리하듯 후속투자와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등을 주선해야 합니다. 주말농장을 한다는 자세로는 벤처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현지에 특화된 VC로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방소멸 문제가 최대 화두인 시대다. 정부는 지난 6일 비수도권 벤처투자를 2배로 늘려 2027년까지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지방시대 벤처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3년(2025∼2027년)간 1조원 규모의 지방 펀드를 새로 조성하고, 전체 벤처투자 중 비수도권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1996년 리스 업체(지금의 캐피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지나 2000년 VC 업계에 입문했다. 대출 중심의 과거 업무와 비교해 VC의 투자 활동은 그의 표현대로 "완전 별세계"였다. 신생기업과 기업공개(IPO)가 쏟아지던 벤처 붐 과 맞물린 시기였다. 이후 이캐피탈, 무한투자, 한미투자파트너스, 메리츠캐피탈, 대한투자파트너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별한 연고도 없던 경남에 VC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조 대표는 "서울엔 VC 수백곳이 몰려 경쟁하고, 대부분 소프트웨어 중심의 투자를 진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한 산업만 갖고 먹고살 수는 없다"며 "오프라인 산업도 분명히 필요하고, 이에 따른 신규 산업이나 벤처 기업도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민·관·금 협동모델에서 찾았다. 조 대표는 "2018~2019년 경남에서 지역 투자 회사와 펀드를 만들겠다는 정책이 나오면서, 상호협력을 통해 서울보다 수월한 펀드 결성이 이뤄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그렇게 서울에 있던 기존 회사를 매각한 뒤 대주주(대한제강)를 그대로 모시고 경남에 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농협은행 ▲경남은행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원상공회의소 ▲센트랄 ▲범한산업 ▲삼천산업 등도 주요 주주로 참여해 펀드 출자까지 지원하면서 경남벤처투자만의 독특한 투자 모델이 만들어졌다.
경남권의 산업적 특성에 대해선 "창원엔 공작 기계(기계를 만드는 기계)가 많고, 사천에 항공 관련 기업이 몰려 있다"며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는 K-방산부터 항공우주 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경남의 인프라가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문을 열었는데, 청 단위 정부 기관이 본원급으로 대전 이하 지방에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남벤처투자는 각 200억원 규모의 ▲동남권 지역혁신 투자조합 ▲차세대 지역 뉴딜&바이오 투자조합 ▲경남 리버스이노베이션투자조합을 비롯해 총 8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는 결성 펀드의 주목적 투자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향후 우주항공과 콘텐츠·관광 분야 등으로 투자 분야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가깝고, 토지도 넓은 만큼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유리한 조건이란 점에서 향후 펀드 결성 과정에선 항공우주 분야에 보다 주목할 계획"이라며 "항공우주 분야는 단순히 민간 재원을 통한 투자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 연계도 필수적이란 점에서 경남벤처투자가 전문 하우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관광 분야도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공항을 비롯한 교통 인프라도 잘 갖춰졌고, 남해를 중심으로 기존의 역사·문학 콘텐츠를 훌륭히 접목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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