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40% 고성장…식품업계 달구는 '혈당 관리'

정관장 지엘프로, 보름 만에 1만세트 돌파
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에 예방제품 수요 증가 영향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증가로 설탕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혈당관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혈당관리를 비롯해 저당과 무당 트렌드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3일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정관장의 혈당 케어 전문 브랜드 '지엘프로(GLPro)'는 출시 보름 만에 1만세트를 돌파했다. 이는 연 매출 1400억원 규모의 베스트셀러 '홍삼정 에브리타임'의 출시 초기 판매량보다 9배가량 높은 수치로 회사 측은 정관장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지엘프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기능성을 인정받은 정관장 홍삼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이다.

정관장의 혈당케어 전문 브랜드 '지엘프로(GLPro)' 더블컷 제품. 정관장의 혈당케어 전문 브랜드 '지엘프로(GLPro)' 더블컷 제품.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들어 저당 설계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hy도 관련 제품이 선전하며 미소를 띠고 있다. hy는 지난 3월 '당 밸런스'를 시작으로 4월 '윌 당밸런스', 5월 '하루야채 라이트'까지 당 함량을 낮춘 제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세 제품은 출시 이후 월평균 270만개씩 판매되며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910만개를 기록하고 있다.

맛·가격과 더불어 건강이 식품을 선택하는 데 주요 요인로 자리 잡으면서 당·칼로리·화학첨가물 등은 줄이고 맛은 그대로 유지한 이른바 '로우 스펙 푸드(Low Spec Food)'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이달 들어 소스·간편식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을 통해 저당 닭가슴살 브리또 3종과 저당 쌈장소스를 새로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고, 롯데웰푸드 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무설탕·무당류 초코파이 제품인 '제로 초코파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식단 전체를 저당식품으로 구성해 혈당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선보인 현대그린푸드 는 단백질·저당·저칼로리 등 여러 건강관리 목적별 '건강식단'과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식단' 등 다양한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솥밥'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솥밥'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혈당 관리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시장에서 높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당뇨병과 비만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설탕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비만·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뇨나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중 포도당 수치가 증가하면서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대사 질환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5억29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 환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 2050년까지 13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역시 당뇨병 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13.8% 수준이던 국내 30세 이상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2019년 14.5%, 2020년 16.7%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hy의 혈당 저감 제품.(왼쪽부터)'윌 당 밸런스', '당밸런스' '하루야채 라이트'. hy의 혈당 저감 제품.(왼쪽부터)'윌 당 밸런스', '당밸런스' '하루야채 라이트'.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혈당 관리 제품의 소비는 기존 건강기능식품의 주 소비층으로 여겨지던 중장년층을 넘어 20·30대 젊은 층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세대와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인데, 정관장 역시 지엘프로의 초반 선전 배경을 젊은 층의 높은 관심으로 꼽았다. 정관장 관계자는 "정기적 운동과 식단 관리를 일상적으로 하는 2030세대들이 건강에 파고드는 헬스디깅 트렌드에 힘입은 것"이라며 "실제로 20·30대 혈당에 체지방까지 관리할 수 있는 제품 중심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최근 중·장년층을 넘어 2030세대에서도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올해 10월 기준 그리팅 저당식단 매출 가운데 20·30대 고객 비중이 42%로 전년 동기(30%)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의 식품 소비 행태가 과거에는 단순히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는 식이 조절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저당을 고려해 건강한 식품을 즐기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1679억원 수준이었던 체지방 감소 건기식 구매액은 올해 2345억원으로 약 40% 증가했다. 최영택 hy 마케팅팀장은 "당 관리는 단순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제품 출시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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