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오르던 200억 초호화 아파트…갑자기 '뚝', 40% 낮춰 겨우 팔렸다

홍콩 주거용 부동산 급락
"중국 경제 침체가 원인"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했던 홍콩에서 직전 거래 대비 무려 35% 폭락한 계약이 등장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한 사업가가 6500만홍콩달러(약 117억원)에 홍콩의 부촌인 미드레벨 지역의 고급 아파트를 매수한 사실을 알리며 홍콩 부동산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물은 지난해 약 1억 1000만 홍콩달러(약 199억)에 시장에 나왔지만, 거래가 되지 않자 가격을 꾸준히 낮춰 최초 호가 대비 41% 낮은 가격에 겨우 팔렸다. '줍줍'에 성공한 매수자는 중국 쓰촨성에서 200억위안(약 3조원) 규모의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안즈푸(安治富) 대표로 알려졌다.
홍콩 현지 부동산 중개 사업자는 "홍콩의 고급 주택을 보유한 중국 본토 출신들이 지난 2년간 다양한 이유로 매도를 시도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동시에 최근 고가의 홍콩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본토 출신이다"라고 SCMP에 전했다.최근 뉴욕타임스(NYT) 역시 급락하는 홍콩 부동산에 주목했다. "건설업자부터 부유한 투기꾼까지, 홍콩 주택 시장의 불평등에 기여한 많은 사람이 그들의 소중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면서 "그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불가사의한 상승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그 붕괴의 후유증으로 자금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중국 본토의 경제 침체다. 홍콩 부동산회사 존스랑라살(JLL)의 조셉 탕 회장은 "(현시점에서) 판매 가능한 유일한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이다. 가격을 충분히 낮추면 구매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너지는 집값을 지탱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주거용 및 비주거용 부동산 모두에 대한 대출한도를 늘리고, 홍콩의 금융기관 6곳은 올해 두 번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글로벌 부동산 종합회사인 나이트 프랭크의 루시아 렁 이사는 "최근 부실 매물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고급 주택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실 부동산은 최대 50%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집값 하락은 2022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에만 15.6% 하락세를 보였는데 그 기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콩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초다. 그동안 홍콩은 좁은 땅에 인구 밀도가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해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도시개혁연구소와 캐나다의 공공정책 프론티어센터가 2020년 전 세계 92개 대도시의 주택 구입 능력을 조사한 결과 홍콩 부동산 중간값은 가계소득 중간값의 20.7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년 이상 소득을 온전히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김은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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