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美 마초·영웅 문화의 완결판 '트럼프의 귀환'

뿌리깊은 마초·영웅 숭상 문화
고물가·실업·이민 해결사 기대
세계안보·경제질서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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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be back." 4년 전 백악관을 떠나면서 남긴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선언이 데자뷔였다. 박빙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견을 깨고 싱겁게 트럼프의 화려한 귀환으로 끝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이력과 비도덕적인 인성이 너그럽게 용서받았다.
고물가에 지친 대중이 가치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고, 정치적인 올바름(PC)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매우 타당하다. 선호도 조사에서 다양성과 자유의 가치를 표방한 해리스 후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여성이든, 돈이든 폭력적으로라도 손에 넣고야 마는 트럼프를 앞선다고는 나왔지만 사실은 그를 부러워하는 대중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트럼프 인기의 근저를 살펴본다면 미국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인 마초 문화와 영웅 숭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의 "I will be back"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터미네이터’ 영화 시리즈에서 차가운 표정과 단호한 어조로 한 대사가 원조이다. 마초 영웅 터미네이터처럼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심기엔 제격인 완벽한 마지막 인사였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영화의 다수는 마초 영화다. 대중의 뇌리에 남은 대표적인 마초 대사들을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Go ahead, make my day(한번 덤벼봐. 어찌 되나)"가 유명하다. 아마 대표적인 마초 대사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I am the law"라고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저지 드래드). ‘내가 법이야"라고 외치는 강력한 남성성과 무자비한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 여자 화장실에 붙은 "당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남친이나 남편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포스트잇이 등장했다. 남친이나 남편 몰래 찍어야 한다고?남성이 강하고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다른 문화에도 보편적으로 퍼져 있지만 유독 미국의 마초 문화가 뿌리 깊은 것은 미국 건국 과정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는 북미 원주민으로부터 생활의 터전을 빼앗고, 사방의 위험으로부터 가족과 무리를 보호하는 총잡이 카우보이, 보안관 그리고 때로는 무법자와 같은 강한 남성상이 이상화된 역사적 전통이 강하게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미국의 총기 규제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의 또 하나의 문화 코드는 영웅 숭상주의다. 재난이 났을 때 우리가 책임자를 찾아 엄벌하는 데 집중한다면 미국은 영웅을 찾아내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건국의 아버지들을 인간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설계한 영웅으로 숭상하며, 총잡이 개척자들을 미국의 강인한 프런티어 정신을 상징하는 영웅으로 그려낸다. 미국과 세계를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슈퍼히어로인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캐릭터들이 미국의 대중문화 중심에 서 있다. 슈퍼 히어로로 구성된 어벤져스의 원조팀에는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 포크아이, 그리고 유일한 여성 블랙위도우가 있다. 인간성이나 도덕성이라고는 별로 없고 악을 응징하는 힘만을 선으로 생각하는 자들 아닌가?
미국 문화의 기저에 있는 마초 문화와 영웅 문화의 완결판이 트럼프의 귀환이 아닐까 싶다. 고물가와 실업의 위협, 불법 이민의 폐해로부터 구해낼 마초 영웅을 트럼프에게서 보고 있는 미국 국민의 기대가 앞으로 4년간 실현이 될지, 그리고 세계 안보와 경제질서 지형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마초 영웅으로 귀환한 트럼프가 어벤져스의 새로운 팀 구성원이 됐다. 어벤져스의 위험한 칼날에 베이지 않도록 갑옷을 단단히 입고 있어야겠다.

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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