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받았다" 극우, 성매매 의혹…논란의 美법무장관 지명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옥처럼 부패할 것." "더 나쁜 후보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극우'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지명하자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다른 행정부 요직보다 높은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무장관직에 극우 논란, 성매매 의혹 등이 잇따랐던 게이츠 의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트럼프 당선인으로선 '충성파 중의 충성파'를 이 자리에 앉힘으로써 대대적인 칼날을 휘두르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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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낙점하자 분노와 충격을 표하는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성매매 스캔들과 관련해 하원 윤리 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게이츠는 대선 이후 잠재적인 법무장관 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았었다"면서 "그의 지명은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도 충격을 줬다. 의회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해 회의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온건파에 속하는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은 "발표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조언, 동의 절차가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인준 과정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사 머쿠오스 상원의원(공화)은 해당 자리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일간 가디언은 공화당 의원들이 게이츠 의원의 법무장관 지명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톰 콜 하원 예산위원장(공화)은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공화)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택할 수 있다"고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은 답변 자체를 중단했다.
공화당 강경보수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인 게이츠 의원은 당내에서도 분열을 일으키는 인물로 평가돼왔다. 미국우선주의 신봉자를 자처하는 친(親)트럼프 인사이자 대표적인 극우 인사다. 2020년 대선을 두고 부정선거 주장을 앞장서 제기해왔으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와 함께 항의 시위 등에 나선 바 있다.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장관 자리에 충성파 중의 충성파를 낙점한 셈이다.

또한 게이츠 의원은 지난해 미 역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된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의 해임 사퇴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으로부터 "공화당을 망친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오랜 정적이 많다. 사법위원회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은 "그가 (인준을 위한) 50표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으로부터는 단 1표도 얻지 못할 것이며 공화당 의원들과도 상당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짚었다.

더욱이 게이츠 의원을 둘러싼 성매매 의혹은 이번 지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한층 확산시키고 있다. 게이츠 의원은 2017년 17세 소녀를 상대로 성매수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었다. 관련한 조사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그는 동료의원으로부터 하원에서 자신과 잠을 잤던 '소녀들'의 동영상을 공유했다며 직접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2008년에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이력이 있다. 익명을 조건으로 한 일부 공화당 의원 및 보좌관은 게이츠 의원이 법무장관이 될 경우,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성적 부정행위 혐의에 대한 조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게이츠는 약 40년 만에 변호사나 판사 경험이 없는 미 법무부 장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은 그나마 정상처럼 보였었다"면서 "그런데 맷 게이츠가 등장했다"고 비판 여론을 주목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 몸담았던 반(反)트럼프 인사 올리비아 트로이는 "이 사람(게이츠)은 오랫동안 법으로부터 도망다녔기에,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옥처럼 부패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감시단체인 퍼블릭시티즌의 로버트 바이스먼 공동대표는 성명을 통해 "(게이츠보다) 더 나쁘고 자격없는 후보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법치주의 ,진실, 품위를 경멸한 그는 법무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충성파 게이츠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향후 본격적인 정적 보복에 나서고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 조직에도 대대적인 칼날을 휘두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간 가디언은 게이츠 의원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결국 트럼프 당선인의 뜻대로 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게이츠가 상원 인준을 받을지는 불확실하지만, 과거 게이츠를 비판한 사람들 중 일부가 그를 지지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휴회 인준(Recess Appointment)'을 통해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의회 견제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휴회 인준은 의회 휴회 시 대통령이 의회 인준 절차 없이 공식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충성파 트럼프 2기 내각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 선제적으로 공화당 상원에 지침을 하달한 셈이다. 이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튠 의원 역시 이러한 방침에 동의 뜻을 표했었다. 한편 미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은 이날 의회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며 행정부, 입법부 권력을 모두 거머쥐었다.




조슬기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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