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국서 한국 추방된 입양인 사연 조명
입양 가정에서 학대 당하고 두 차례 파양돼
"입양기관·한국 정부 책임…딸 보고 싶다"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됐다가 수십 년 만에 강제로 추방당한 한인 남성 애덤 크랩서(신송혁·49) 씨의 사연을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고향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나라에서 보낸 수십 년, 한국인의 미국 입양 악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크랩서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크랩서는 지난 2019년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한국 입양인으로, 지난 23일 서울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두 차례 파양된 뒤 불법체류자 신세로 한국에 추방당한 애덤 크랩서 씨.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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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서는 4살 때인 1979년 3월 국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를 통해 2살 터울 누나와 함께 미국 미시간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러나 남매는 6년간 양부모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당하다 파양됐다. 그는 이후 누나와 떨어져 오리건주의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는데, 거기서도 학대당했다. 그의 두 번째 양부모는 지난 1991년 아동 학대로 체포됐고, 크랩서는 또다시 파양돼 노숙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부모의 학대와 두 차례의 파양으로 시민권 신청조차 하지 못한 그는 불법체류자 신세였고, 청소년 시절 경범죄 기록이 문제 되면서 지난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아내와 두 딸을 미국에 둔 채였다.
크랩서를 미국에 입양 보낼 때 홀트는 친모가 있지만 출생 신고는 안 된 크랩서를 ‘기아 호적(고아 호적)’에 올렸다. 당시 기아 호적을 가진 경우 입양아와 양부모가 만나는 과정 없이도 대리 입양이 가능했고, 친부모 동의 절차가 생략돼 입양 절차가 쉬워진다. 그는 이 과정에서 원래 이름이었던 ‘신성혁’이 ‘신송혁’으로 잘못 적힌 탓에 그 상태로 미국에 입양됐다.
그는 한국에 온 지 3년 만인 지난 2019년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을 입양 보내 수수료만 챙기고, 정작 그가 미국 시민권을 땄는지 확인하는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아 37년을 불법 체류자로 살았다는 취지다. 지난해 1심에서 입양기관인 홀트를 상대로 1억원 배상 판결을 얻어냈으나, 홀트 측은 ‘당시 입양 기관으로서의 직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랩서 역시 한국 정부가 국가 간 입양의 기본인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상태다.크랩서는 “저는 딸을 돌보고, 딸의 삶에 함께 있고 싶다. 딸의 아빠가 되어 살면서 나는 갖지 못했던 것을 딸에게는 해주고 싶다”고 CNN에 말했다. 이어 “나는 양쪽 사이에 낀 채로 일생 대부분을 살았다”며 “하지만 내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이들도 고향이 없는 채로 살아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CNN에 따르면 그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2024년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 다. 이 법안은 해외 입양인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지난 6월 발의됐으나 여전히 미국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크랩서는 CNN에 “아마도 우리 생애에는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법안 통과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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