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에 지적장애인만 참여는 위법

“절차 이해할 정도 능력은 갖춰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형사소송법에 따라 주거주(住居主)나 이웃 등이 참여하는 경우에는 이들이 최소한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절차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압수 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 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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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형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1223).수사기관은 A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지적장애가 있는 A 씨의 딸만 참여시켰는데, 대법원은 이는 참여 능력이 없는 사람만 참여한 것으로서 적법하지 않은 압수수색이므로 이를 토대로 수집한 증거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 제219조가 주거지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주거주나 이웃 등을 참여하도록 한 것은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에 관해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을 참여시켜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강제처분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데 취지가 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해당 조항들이 정한 바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주거주 또는 이웃 등은 최소한 압수·수색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참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이들이 참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고 영장 집행 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하려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나 기본권 보호·적법절차·영장주의 등 헌법적 요청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에서 정한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이 주거주나 이웃 등의 참여 없이 이뤄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고, 나아가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그 참여자에게 참여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주거주나 이웃 등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에서 정한 압수수색절차의 적법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A 씨는 2019년 5월 28일경 서울 구로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안방 금고에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A 씨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할 당시 지적장애가 있는 A 씨의 딸 B 씨만 참여시켰다. B 씨는 2017년 3월 ‘전체 지능 57, 사회 성숙 연령 11세’ 수준으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사람이었다.
1심과 항소심은 대마를 포함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압수 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하여 쟁점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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