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하얀 피부가 미의 기준?
어두운 피부가 콤플렉스 되기도…청소년기 악영향
'컬러리즘', 같은 인종 내 밝은 피부 선호
편집자주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디토(Ditto) 소비'.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 소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명인의 취향과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을 뜻한다. 점차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명품 소비, 늘어나는 유행 편승 투자 등 한국 사회의 맹목적 '디토'들을 분석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하얀 피부는 미(美)의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처럼 밝고 결점 없는 피부를 원하다 보니 피부과에선 미백 관련 시술이 각광받고, 일부 사람들은 하얗지 않은 자신의 피부를 콤플렉스로 여기기도 한다. 최근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가 큰 호응을 얻었음에도 이런 양상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하얀 피부 선망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에스파 윈터, 있지 채령 등 몇몇 아이돌은 공항 사진 등이 공개될 때마다 피부색으로 화제가 되는데, 이에 대한 해외 K팝 팬들의 비판이 따갑다. 2022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연애 프로그램 '솔로지옥'에선 한 출연자의 피부색에 대해 다른 출연자들이 "완전 하얗다", "순백 같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피부색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을 놓고 해외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한 것이다.물론 한국에서의 하얀 피부 선호는 백인 선망이나 인종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농경사회에서 하얀 피부는 밖에서 장시간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신분을 의미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미의 기준이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에스파 윈터. [이미지출처=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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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피부에 대한 선망은 자연스럽게 화장품 업계와 피부과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 화장품 회사는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고용해 자연스러운 하얀 피부를 만들 수 있다며 톤업크림을 광고한다. 피부과에선 연예인들의 하얀 피부 비법이라며 화이트태닝 시술을 소개하거나, 고용량 비타민주사 등에 '백옥주사', '우유피부주사' 등 이름을 붙여 홍보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피부색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것은 어렵고, 대부분의 시술이 원래의 피부 상태로 되돌리거나 항노화에 도움을 줄 뿐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어두운 피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배우 설현, 김세정 등은 과거 여러 인터뷰를 통해 까만 피부가 콤플렉스였다고 밝히며 톤업크림이나 밝은색의 화장품을 필수로 챙겨야 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일각에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의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같은 인종임에도 보다 밝은 피부색을 더 선호하는 '컬러리즘'(Colorism)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는 피부가 밝을수록 미남·미녀 혹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이를 두고 '백설공주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인근의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3년 전 조코 위도도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런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위도도 전 대통령은 3세기가 넘는 네덜란드 식민지 지배 이후 인도네시아인들이 낮은 자존감을 내면화하게 됐고, 이에 따라 본연의 피부색을 부정하게 됐다면서 "식민지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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