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난리 난 K컬처, 뿌리는 괜찮은가요?

뉴욕 코리아타운이 아닌 전세계 MZ들이 찾고 있는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새로 문을 연 '동남사거리 기사식당'이 2시간 줄을 서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기사식당은 간판 뿐 아니라 메뉴판까지 모두 한글로 돼 있다. 한식을 즐기는 손님들은 한국인이 아닌 뉴욕 현지인 및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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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세계 최정상 팝스타 브루노마스가 협업해 내놓은 신곡 '아파트'는 반복되는 한국어 가사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가 특징이다. 뮤직비디오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손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하는 술자리 게임 '아파트게임'이 등장하고 브루노마스는 신명나게 태극기도 흔든다. 공개 닷새만에 1억 조회수를 돌파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는 오징어게임이 성공적으로 포문을 연 K콘텐츠 자리에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드라마들이 높은 평점과 시청자 반응을 이끌며 순항 중이다. K컬처 항목 가운데 가장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웠던 문학 분야마저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다른 한국 작가들 뿐 아니라 한국 문학 전체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의 소설 번역본이 아닌 한국어 원서는 해외 서점에서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가 K컬처 매력에 스며들고 있다. K컬처의 부흥으로 '국격이 상승했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국격 상승의 원동력이 경제성장 뿐 아니라 문화에도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증명해냈다. 식물에 꽃과 열매가 열리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때다.
K컬처의 뿌리가 현재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해외에서 한식이 환영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재 한국의 요식업은 폐업이 속출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20대 자영업자의 51.7%, 30대의 41.5%가 요식업에 종사할 정도로 자영업자의 요식업 비중이 높아진 상황인데, 현재 자영업자의 10명중 6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분류돼 있다.

K콘텐츠 생산의 근간이 되는 영화·드라마 제작·배급 시장도 좋지 않다. K콘텐츠가 대호황이던 2022년 OTT 플랫폼과 국내 방송사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는 역대 최다인 141편이었지만 2023년엔 123편으로 축소됐고, 올해는 100편 남짓에 불과하다. 또 완성되고도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현재 100여 편에 이를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이익이 줄거나 적자전환한 제작사가 수두룩하다.

출판업계도 고사 위기다. '한강 효과'로 서점이 반짝 붐비고 있지만 지난해 국내 신간 발행 부수는 7020만부로 전년 대비 3.7%, 10년 전보다는 25.4%나 감소했다. 지난해 외감 대상 71개 출판사의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42% 줄었다. 하이브를 비롯해 K팝 가수들을 키워내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경영진 갈등, 마약, 음주운전 등 각종 잡음들로 바람잘 날 없다.
K컬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반짝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10년, 그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K컬처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K컬처도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수출업종 못지 않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뿌리를 제대로 내린 K컬처의 태평성대를 기대해본다.




박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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