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구전략]"회사 눈치 안봐요"…이마트 MZ직원이 뽑은 최고의 양성평등 제도는?

이마트 남녀 직원 인터뷰
여직원 "임신 중 근로단축 큰 도움"
남직원 "아빠 육아휴직 만족도 최고"

'워킹맘의 전쟁길'로 불리는 아침 출근길. 22개월 딸을 둔 묘연정 이마트 홍보팀 과장(31)은 비교적 순조롭다. 0세부터 3세까지 직원들의 자녀를 돌봐주는 사내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덕분에 아침 시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어서다. 묘 과장은 오전 8시30분께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들을 맡긴 뒤 사무실로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이집의 운영시간은 9시부터 5시까지로 회사 근무시간과 동일하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 최대 7시 반까지 연장 보육도 진행한다.
묘연정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임신 당시 사내 단축근무 제도를 가장 도움을 받은 모성보호 정책으로 꼽았다. 묘연정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임신 당시 사내 단축근무 제도를 가장 도움을 받은 모성보호 정책으로 꼽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최고의 사내복지는 어린이집"
묘 과장이 꼽은 이마트 최고의 '모성보호 정책은 '사내어린이집'이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동네 아파트내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청했는데, 대기 순번이 100번이었다"면서 "출근길 차를 타고 이동하는 부담이 있지만 사내 어린이집 보육환경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신기간에는 근로단축 제도의 도움도 컸다. 이 제도는 급여 차감 없이 임신 시점부터 출산 휴가 전까지 임신 전 근로시간에 맞춰 단축근무가 가능하다. 이마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7시간 근무가 원칙인데, 임산부의 경우 2시간 단축한 5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급여는 100% 지급된다. 묘 과장은 임신 8주부터 마지막 출근일까지 단축근무 제도를 이용했다. 그는 "초산인 탓에 몸에 대한 걱정도 많고 주중에도 병원을 자주 들러야 했는데 돈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을 수 있던 점이 가장 좋았다"며 "덕분에 출산 일주일 전까지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동료들의 눈치가 아예 안 보인 것은 아니었다. 팀 안에 묘 과장 보다 두 달 먼저 임신을 알린 여자 선배도 있었다. 묘 과장은 "팀에 부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오히려 애국자라며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묘 과장은 "지금과 같은 출산·육아 환경이면 한 명을 더 낳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모성보호제도가 촘촘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이 제도를 '사용해도 될까', '민폐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도록 기업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눈치 안보고 아빠 육아휴직 썼어요"
이마트가 시행 중인 모성모호 정책의 수혜자는 여성만이 아니다. 남성 직원도 혜택이 주어진다. 이마트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깨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사내 커플인 최진영 이마트 기획본부 과장(33)은 올해 2살과 3살 된 연년생 아들을 둔 아빠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 아내가 혼자 두 아들을 돌보는 것이 버거워지면서 최 과장도 1년 2개월간 육아휴직을 썼다. 이마트는 여성 직원들에게는 자녀 한 명당 1년의 법정 육아휴직에 더해 추가로 1년을 더해 총 2년의 육아휴직을 부여한다.


최 과장은 "주저 없이 육아휴직을 결정한 것은 회사 내부의 분위기가 한몫했다"며 "남성 선배들뿐 아니라 또래 남성 동료들도 필요한 만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했다"고 전했다. 최 과장이 육아휴직을 결정하자 동료들은 "아이를 잘 돌보고 돌아오라"고 격려했다.

그는 육아휴직 기간 자녀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갓 태어난 둘째를 직접 돌보면서 육아의 어려움을 체감했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만큼, 자녀와 다양한 추억을 쌓았다. 두 아들과 친해진 것은 물론이다. 최 과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육아휴직을 통해 가족끼리 더 잘 지낼 수 있는 토대가 된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육아 지원 제도나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가 잘 구비됐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이명환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