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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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설이 유력하다가 분위기가 반전됐다. 향후 2.0~2.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충분히 Fed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필자는 다소 당황하며 Fed의 태도가 강경해진 원인을 찾아봤다. 언론들이 유가나 식료품 가격을 들먹이며 8%대의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쟁 같은 마찰적 요인이 크다는 점, 그리고 최근 기업들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수요 견인이 크게 없었다는 점에서 갑작스레 자이언트 스텝으로 전환한 이유라고는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총 주택자산 금액이 올해 1분기에 20% 가까이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Fed의 최근 발표를 검색하고는 이를 수긍하게 됐다. 최근 미국 주택가격 거품을 측정한다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세계 금융위기 직전 최고수치를 넘어선 것도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이미 지난해 5월20일자 ‘美 금리 인상기,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라는 제하의 아시아경제 기고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이 향후 Fed 금리 인상의 본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Fed가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미국도 집값이 잡히고 있겠지'라고 막연히 추측했고, 이 오판은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오판으로 연결됐다.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비율이 약 10%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약 33%라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유가, 원자재가격, 곡물가격처럼 금리정책으로 크게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제외하고는 주거비가 물가지수의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요의 증가가 상품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 대량생산 시대에서 미국 인플레이션은 곧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상승과 같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 직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례적으로 "집 사지 마세요"라고 대놓고 경고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부동산 거품' 제거가 자이언트 스텝의 이유이자 목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번에도 세계 경제는 과거 금융위기 전처럼 미국 주택가격의 볼모가 돼버렸다. 심해에서 잠수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수면으로 올라가면 잠수병에 걸리는 것처럼 단기간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는 어느 정도 병치레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우선 주식과 채권시장은 더욱 큰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버블 문제가 있었던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투자자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이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금리 인상이 조금 더 빨리 진행돼 부동산 가격을 선제적으로 제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부동산을 향한 Fed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물가가 내리지 않으면, 즉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들이 금융시장을 혼란케 하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자금을 이탈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액션이라는 판단이다. 당분간 미국 주택가격에 대한 뉴스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겠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반전해 준다면 현재 예측치보다 기준금리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위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이제는 하락세로 돌아서기를 기도한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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